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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1)

● 전철(1)

 

ㆍ지평역에서 출발, 종착 문산역을 향해 달리는 경의중앙선 전철 안은 언제나처럼 다채로운 삶의 풍경으로 가득하다.

 

ㆍ덜컹거리는 전철의 리듬에 맞춰, 저마다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한 편의 수필이 된다.

 

ㆍ창가에 기댄 채 깊은 잠에 빠져든 이들은 나를 포함 영락없는 아마추어 농부다. 텃밭에서 땀 흘려 일한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업복 위로 흙먼지가 앉아 있고, 투박하지만 정직한 손은 힘든 하루의 고단함을 묵묵히 이야기한다.

 

ㆍ꿈속에서도 무럭무럭 자랄 작물을 보듬는 듯, 그들의 표정에는 작은 미소가 번진다. 도시의 번잡함 속에서도 흙냄새를 잊지 못하는 이들의 순수한 열정이 전철 안에 잔잔한 온기를 더한다.

 

ㆍ그 옆 좌석에는 학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밝은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교복 차림의 그들은 오늘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깔깔거린다. 시험 이야기에 인상을 찌푸리다가도, 주말 계획을 세우는 순간에는 눈을 반짝인다.

 

ㆍ맑고 티 없는 웃음소리는 전철 안의 피곤한 공기를 걷어내고 활기찬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들의 얼굴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이 겹겹이 쌓여 있다.

 

ㆍ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이런저런 볼일들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들이 눈에 들어온다. 서류 가방을 든 채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직장인은 내일의 계획을 정리하는 듯하다.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래도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그의 어깨를 내려앉게 한다.

 

ㆍ시장바구니를 들고 앉은 아주머니의 오늘 용문장에서 산 물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은 손주에게 줄 선물을 고르느라 행복한 고민에 빠졌었던 것 같다.

 

ㆍ누군가는 통화를 하며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또 누군가는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세상에 몰두하는 사이 경의중앙선 전철은 그렇게 각자의 삶을 싣고 묵묵히 달린다.

 

ㆍ지평에서 출발하여 문산에 이르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스쳐 지나가며 덜컹거리는 소음마저도 하나의 배경음악이 되어, 이 모든 풍경들을 한 편의 아름다운 수필로 완성시킨다.

 

ㆍ그러고 보면 전철은 단순히 사람을 나르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순간들을 담아내는 거대한 그릇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