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일락]
– 교황님 떠나시는 날에 –
昊昤
라일락 향기 짙어가는 사월,
여인의 모시적삼 같은
백옥의 자태는 고요히 빛나고
하늘을 향해 치솟은 가지마다
스스로의 도도함을 품는다.
울긋불긋 영산홍보다
순백의 고요로 다가와
살며시 가슴을 적시는 너,
물들지 않은 순결함으로
속삭이듯 마음을 어루만진다.
영원의 옷을 입은 듯
푸른 하늘에
점점이 떠 있는 흰구름,
가만히 손짓해 불러내어
그 위에 징검다리를 놓는다.
교황님 떠나시는 날,
흰소복 입고 조용히 인사하며
코끝을 감도는 진한 향기,
지상에서 천국으로 인도하는
작은 향불이 된다.
세상의 고통과 슬픔 뒤로하고
무거운 발걸음 옮기실 때,
내 하얀 꽃잎은
순례의 길 위에 깔린
하늘 향한 카펫이 되고
그윽한 향기는
천상 정원에서
은은히 퍼지는 향수가 되리니
세상 일 모두 잊으시고
편히 영면에 드소서.